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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돼지는 이제 그만, 색다른 제주 먹거리 여행

by 하_루 2025. 5. 8.

제주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로컬의 밥상을 엿보세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뉴는 아마 흑돼지일 겁니다. 물론 두툼하고 불향 가득한 흑돼지의 매력은 분명하지만, 제주는 그 외에도 다양한 향토 음식과 로컬 먹거리로 가득한 ‘식도락 천국’입니다.

여행이란 결국, 그 지역의 ‘맛’을 기억하는 일. 이번에는 흔한 흑돼지 대신,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색다르고 진짜 로컬스러운 먹거리들을 소개할게요. 제주에서 살아보며 알게 된, 진짜 제주인의 밥상 속 이야기입니다.

흑돼지는 이제 그만, 색다른 제주 먹거리 여행
흑돼지는 이제 그만, 색다른 제주 먹거리 여행

바다의 꽃, 자리물회

 

제주도 사람들의 여름 별미, ‘자리물회’. 자리는 자리돔이라는 제주 바다에서만 잡히는 작은 생선인데, 뼈째 썰어내는 특유의 식감과 시원한 육수의 조화가 매력적이에요.

처음엔 뼈 때문에 낯설 수 있지만, 한 입 두 입 먹다 보면 시원한 식초 육수와 회의 신선함에 빠져들게 되죠. 특히 여름철 무더위에 지쳤을 때 한 그릇이면 땀이 쏙 들어갑니다.

제주 로컬들은 이 물회를 그냥 먹기보단, 밥을 말아 함께 먹는 걸 더 좋아해요. 밥알 하나하나에 자리돔과 육수 맛이 배어들며, 정말로 ‘제주 바다를 먹는 느낌’을 줍니다.

제주시 외곽이나 해안 마을 식당에 가면 유난히 자리를 자랑하는 곳들이 많은데, 관광지보단 작은 식당을 선택하는 걸 추천드려요. 거기서야말로 진짜 제주인의 여름밥상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감귤만 있는 게 아냐! 귤하르방 젤리 & 감귤밥

 

제주 하면 귤, 귤 하면 디저트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은 감귤을 이용한 창의적인 로컬 메뉴들이 점점 늘고 있어요. 그 중 하나가 바로 감귤밥입니다.

귤을 얇게 썰어 쌀과 함께 지은 감귤밥은 달콤한 귤 향이 쌀에 스며들어 아주 은은한 맛을 냅니다. 처음엔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먹다 보면 귤의 산뜻함과 밥의 담백함이 조화를 이루며 중독적인 맛을 내죠.

한림이나 조천 쪽 농가 카페에서는 감귤밥 정식을 선보이는 곳도 있어요. 반찬으로는 오메기떡무침, 돔베고기, 전복장 등이 나와 함께 즐기기 좋습니다.

또한, 여행 선물로는 ‘귤하르방 젤리’나 ‘감귤청’을 추천드려요. 이건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제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감귤을 직접 가공해 만든 진짜 로컬 제품들이거든요. 겉은 귀엽지만 안은 꽤 진지한 정성과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제주 로컬의 반찬왕, 몸국

 

외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제주 로컬에게는 ‘국밥보다 더 깊은 맛’을 자랑하는 제주 전통 국물요리, 몸국.

‘몸’은 모자반이라는 해조류의 제주 방언이에요. 이 모자반을 푹 끓여서 돼지고기와 함께 육수를 내고, 들깨가루를 넣어 고소함을 더합니다.

겉보기엔 투박하지만, 한 숟갈 뜨면 깊고 진한 국물 맛에 깜짝 놀라게 되죠. 해장용으로도 그만이지만, 제주 어르신들은 이 국을 평범한 아침식사로 즐기시곤 해요.

특히 제주시 민속오일장 근처 식당이나 동네 시장 안의 백반집에 가면 아주 푸짐하게 한 그릇 내어주는데, 밥 말아 먹으면 정말 속이 편안해지고 든든한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요.

몸국은 ‘제주의 시간을 느낀다’는 말이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짧은 여행 중 한 끼쯤은 흑돼지가 아닌, 이런 로컬 국물 한 그릇도 도전해보세요.

 

조용한 감성 맛집에서 만나는 톳비빔밥

 

톳은 미역이나 다시마처럼 익숙한 해조류는 아니지만, 제주 바닷가 마을에서는 아주 흔한 재료입니다.
그 톳으로 만든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톳비빔밥이에요.

고슬고슬한 밥 위에 톳, 채 썬 채소, 참기름, 김가루를 얹고 고추장 살짝 더해서 비벼 먹으면 그 감칠맛이 일품이죠. 톳 특유의 꼬들한 식감은 한번 먹어보면 계속 생각나는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애월이나 표선, 구좌 쪽 로컬 식당들 중에는 직접 채취한 톳을 사용하는 곳도 있어, 훨씬 향긋하고 신선한 톳을 맛볼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톳비빔밥 위에 반숙 계란후라이 하나 올려서 먹는 걸 추천드려요. 입안 가득 바다의 향과 고소함이 퍼지면서, ‘이게 바로 제주구나’ 싶은 감상이 절로 나옵니다.

 

제주의 고요한 디저트, 오메기떡과 수제 차

 

식사를 마쳤다면, 디저트도 당연히 제주 로컬로!
흔히 흑돼지 먹고 나서 브라우니나 케이크를 찾지만, 제주 로컬 디저트는 훨씬 담백하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맛이에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오메기떡. 찹쌀과 차조를 섞어 만든 쫀득한 떡 안에 팥앙금이 들어 있고, 겉은 콩고물로 감싸져 있어요. 작은 크기지만 아주 정성스럽고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맛입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건 커피보다는 제주 수제 차. 감귤꽃차, 유자차, 혹은 동백차처럼 계절에 따라 다른 꽃과 과일을 우린 차는 향긋하면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맛을 줍니다.

제주의 조용한 카페들에서는 이런 전통 디저트와 차를 함께 내어주는 곳이 꽤 많아요. 예를 들어 서귀포의 감귤 농가 안 카페나, 표선의 작은 찻집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면 진짜 제주를 ‘맛본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주 로컬 밥상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흑돼지, 갈치조림, 전복… 물론 훌륭한 제주 대표 메뉴들이죠.
하지만 그 너머에는 제주 바다와 땅, 계절이 담긴 다양한 로컬 음식들이 조용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맛보다는 순하고 깊은 맛, 빠른 조리보다는 시간이 필요한 음식들.
그 안에는 제주 사람들의 삶이, 자연과의 공존이, 그리고 매일의 소소한 고마움이 담겨 있어요.

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흔한 맛집 투어 대신, 동네 구석 작은 식당에 앉아 로컬 밥상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 한 끼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제주의 진짜 맛’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