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또렷한 섬, 제주.
이곳엔 계절의 순환에 따라 매번 다른 풍경이 피어난다.
겨울이 끝나기도 전에 노란 수선화가 바다를 따라 피어나고,
봄이면 온 도로에 유채와 벚꽃이 흐른다.
여름엔 초록 들판 위 들꽃이 소리 없이 흔들리고,
가을이면 억새가 바람을 데리고 와 언덕을 춤추게 한다.
오늘은 계절마다 다른 매력 제주 들꽃과 억새 명소 탐방기를 소개하며
그 계절의 무늬를 따라
제주 속 들꽃과 억새 명소들을 감성 가득하게 걸어보려 한다.
제주에 살며 자주 찾는,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조용한 자연 명소들을 모아보았다.
관광지 중심의 붐비는 코스 대신
자연을 천천히 마주할 수 있는 시간,
지금부터 함께 떠나보자.
봄 – 제주를 깨우는 수선화와 벚꽃의 시작
삼양해변 수선화 길 & 녹산로 유채벚꽃 드라이브
제주에서 가장 먼저 봄을 느낄 수 있는 꽃은 바로 수선화.
겨울의 끝자락인 2월 말부터 3월 초,
제주시 삼양동의 해변 언덕에는
노란 수선화가 바닷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탁 트인 바다와 함께 피어난 수선화는
그 자체로 한 폭의 수채화처럼 마음을 적신다.
그리고 4월이 되면,
제주 동부의 녹산로에 벚꽃과 유채가 함께 만개한다.
수천 그루의 벚꽃나무 아래로 노란 유채가 흐르며
도로 전체가 봄빛으로 뒤덮인다.
렌터카 창문을 열고 이 길을 달릴 때면,
봄바람과 꽃향기가 제주를 온몸으로 환영해주는 듯하다.
추천 시기
수선화: 2월 말 ~ 3월 초
벚꽃/유채: 3월 말 ~ 4월 초
위치
삼양 수선화 언덕: 제주시 삼양해변 인근
녹산로 벚꽃길: 표선면 가시리 ~ 성산 방면 도로
여름 – 푸름 속에 피어나는 들꽃의 생명력
새별오름 & 물영아리오름의 들꽃 산책
여름이면 제주는 초록의 파도가 넘실거린다.
이 계절에도 들꽃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피어난다.
새별오름은 여름이면 벌개미취, 개망초, 도라지꽃 등이
오름 자락을 따라 피어나는 풍경으로 유명하다.
특히 해 질 녘, 산책로를 따라 붉은 햇살이 얹히는 순간은
숨이 멎을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한편, 더위를 피하고 싶다면
숲속의 오름인 물영아리오름도 좋은 선택이다.
차분한 삼나무 숲길과
오름 정상에 있는 습지 속 다양한 야생화들은
한여름에도 마음에 여백을 만들어준다.
특히 이끼 위로 자라는 노란 꽃창포나,
하늘빛 제비꽃은 흔치 않은 풍경이다.
추천 시기: 6월 ~ 8월 중순
위치
새별오름: 제주시 애월읍
물영아리오름: 남원읍 수망리
가을 – 억새가 춤추는 계절
따라비오름 & 용눈이오름의 억새 물결
가을의 제주는 억새로 물든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명소는 바로 따라비오름.
드넓은 억새 군락지가 오름 능선을 따라 펼쳐지며
은빛과 금빛이 동시에 일렁인다.
햇살을 받은 억새는 황금빛 파도처럼 너울대며
가을바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또 하나의 명소는 용눈이오름.
부드러운 곡선과 완만한 경사로 인해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이 오름은
억새 사이 오솔길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해 뜨는 아침이나 안개 낀 날이면
마치 몽환적인 꿈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추천 시기: 10월 ~ 11월
위치
따라비오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용눈이오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겨울 – 꽃이 사라진 듯한 계절에도
청수리 유채 & 남원 큰엉 수선화
겨울은 꽃의 계절이 아니라 여길 수 있지만,
제주는 겨울에도 꽃이 피는 섬이다.
12월 말부터 한경면 청수리 일대에서는
겨울 유채가 조용히 들판을 물들인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견디며 피어난 노란 유채는
봄꽃보다도 더 단단하고 깊다.
또한 1월부터는 남원의 큰엉 해안 산책로 주변에서
수선화가 다시 피기 시작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피어난 수선화는
겨울의 고요한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특별하고 감성적인 느낌을 준다.
추천 시기: 12월 말 ~ 1월 중순
위치
유채: 한경면 청수리 일대 밭
수선화: 남원 큰엉 해안 산책로
사계절 내내 억새를 만나는 곳
산굼부리 – 시간의 경계 없이 흐드는 억새
혹시 억새의 계절을 놓쳤다고 아쉬워하고 있다면,
산굼부리를 추천한다.
이곳은 사계절 내내 억새를 볼 수 있는
제주의 대표적인 분화구 정원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굼부리는
봄에도, 여름에도 억새가 피어 있는 특별한 장소다.
계절마다 억새의 빛깔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그 부드러운 출렁임은 언제나 마음을 감싸준다.
풍성한 억새밭 사이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마저 든다.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도 많아
계절 상관없이 억새 배경의 감성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이곳은 꼭 한 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추천 시기: 연중무휴 (최고 절정은 10~11월)
위치: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굼부리 입구
입장료 있음 / 주차 가능
제주, 꽃이 말을 거는 섬
제주는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물한다.
노란 들꽃의 봄, 초록 생명의 여름,
억새가 춤추는 가을, 그리고 고요한 겨울의 꽃길.
이 섬은 늘 꽃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꽃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계절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리고 그 감정을 조용히, 진심으로 전해주는 섬이
바로 이곳, 제주다.
당신의 다음 여행이 어느 계절이든,
이 글이 작은 영감이 되어주기를.
바람이 살랑이는 그 길 위에서
당신만의 계절을 만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