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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하루쯤은 혼자 보내고 싶은 날 – 나만의 혼행 코스 추천

by 하_루 2025. 4. 15.

어느 날은 그런 날이 있다.
사람들과의 약속도, 일상도 잠시 내려놓고 그냥 나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해지는 날.

오늘은 제주에서 하루쯤은 혼자 보내고 싶은 날, 나만의 혼행 코스를 추천해보려고 한다.
머릿속은 복잡한데,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는 또 애매하고.
이럴 땐 멀리 떠나기보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서 혼자만의 하루를 보내보는 것도 괜찮다.

제주는 그런 하루를 보내기에 가장 좋은 섬이다.

소란스럽지 않은 풍경, 사람보다 자연이 더 가까운 거리,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라는 사실이 어색하지 않게 해주는 섬.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단 하루지만, 마음속에 오래 남을 하루가 될 거야.

제주에서 하루쯤은 혼자 보내고 싶은 날 – 나만의 혼행 코스 추천
제주에서 하루쯤은 혼자 보내고 싶은 날 – 나만의 혼행 코스 추천

조용한 아침, 사려니숲길에서 시작하는 하루

 

제주에서의 아침은 늦게 시작해도 괜찮다.
굳이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움직일 필요 없다.
혼자만의 여행이니까,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아침 9시쯤,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에 도착한다.
주차장도 넓고, 화장실이나 쉼터도 잘 되어 있어서 혼자 여행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입구를 지나 숲길로 접어들면, 곧바로 공기부터 달라진다.
삼나무 향이 코끝을 간질이고, 발 아래는 포근한 흙길이 이어진다.

이 길을 걷는 동안은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느낌.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고, 그 틈으로 내려오는 빛줄기가 마치 숲의 숨결처럼 느껴진다.

혼자 걷는 사려니숲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명상이다.
요란한 음악 없이도 좋고, SNS 인증샷 따위 없어도 괜찮다.
이 고요함 속에서 나를 마주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30분에서 1시간 남짓 걷고 나면, 마음은 한결 차분해진다.
사람들은 이런 걸 '힐링'이라 부르지.

 

마음이 쉬어가는 시간, 감성 카페에서의 느긋한 브런치

 

숲길을 나서면 적당히 출출해진다.
혼자라도 브런치는 포기할 수 없지.
이번엔 표선 근처의 조용한 감성 카페로 향해본다.

제주엔 유명한 카페도 많지만, 혼자 가기에 좋은 카페는 따로 있다.
큰 유리창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음악은 잔잔하고,
무엇보다 혼자 앉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구조여야 한다.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카페 봄날’ 같은 곳이다.
이곳은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한 자리에서 라떼를 마시며 앉아 있기 좋은 공간이다.
하얀 커튼이 살랑거리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바닷바람이 창문을 살짝 흔들고,
그 소리에 맞춰 마음도 조금씩 풀어진다.

혼자 오는 손님들이 꽤 있어서, 오히려 더 편안하다.
노트북을 꺼내 글을 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그냥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까지.
누군가와 있어야 할 필요도 없고, 누군가와 비교당할 일도 없다.

아인슈페너 한 잔, 그리고 따뜻한 토스트 하나.
혼자 먹는 브런치가 이렇게 맛있고 기분 좋을 수 있다는 걸 제주에 와서야 알게 된다.
"나도 나에게 이만큼 대접해줄 자격이 있구나" 싶은 시간.

 

소박하지만 진심이 담긴 한 끼, 제주 로컬 식당

 

혼자 밥을 먹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제주에선 혼자 먹는 밥조차도 풍경이 되고, 감정이 된다.

점심은 표선에 위치한 ‘해녀촌식당’이나, 성산 쪽의 작은 백반집을 추천한다.
식당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반찬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차려내는 곳.
전복이 푸짐하게 들어간 뚝배기, 생선이 바삭하게 구워진 정식,
무엇을 골라도 실패하지 않는 로컬의 맛.

혼자 온 손님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는 곳이 많아서,
쭈뼛쭈뼛하지 않아도 된다.
눈앞에는 따뜻한 밥상이, 창밖에는 바다가.
그 두 가지가 어우러지는 이 풍경은 어쩌면 누군가와 함께여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혼자여서 더 고마운 순간일지도 모른다.

 

느리게 걷는 올레길 – 표선에서 시작하는 작은 여행

 

밥을 먹고 나면 슬슬 걸어볼 차례다.
올레길 5코스 일부, 특히 표선해비치해변 ~ 신천리까지의 바닷길은 혼자 걷기 딱 좋은 거리다.

이 길은 비교적 평탄해서 힘들지 않고, 무엇보다 조용하다.
걷다 보면 바닷가 마을과 돌담길, 억새밭과 제주 특유의 초가집 풍경이 차례로 펼쳐진다.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이 길은,
말없이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중간중간 만나는 고양이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그리고 가끔 마주치는 여행자 한두 명.
모두 조용히 자기만의 속도로 걷고 있다.
누군가와 속도를 맞추지 않아도 되는 이 자유로움이 얼마나 편한지.

잠시 쉬고 싶다면 돌담 옆 그늘 아래 앉아 물 한 모금 마셔도 좋고,
해변에 벤치가 있다면 그대로 앉아 노을을 기다려도 좋다.

 

하루의 끝, 노을과 함께 마음도 가라앉다
걷다 보면 해가 슬슬 기울기 시작한다.
표선해비치로 돌아와 바다 앞에 앉는다.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정리한다.

혼자지만 외롭지 않다.
누군가와 말을 나누지 않아도, 마음속에서는 대화가 이어진다.
'잘 지냈어?'
'오늘 하루 어땠어?'
'괜찮아.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제주도의 노을은 붉기보단 부드럽다.
하늘은 주황빛에서 보랏빛으로 천천히 넘어가고,
그 아래로 잔잔한 파도가 조용히 밀려온다.

핸드폰도 잠시 꺼두고, 아무 말 없이 그 시간을 온전히 누려본다.
그렇게 혼자지만 완벽했던 하루가 저물어간다.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더 특별한 제주
혼자 제주를 여행한다는 건, 단순한 '혼행'이 아니다.
그건 나를 위한 온전한 하루를 살아보는 일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누구의 기대도 채우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 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시간.

제주도는 그런 하루를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자연은 말없이 곁을 내어주고,
사람들은 조용히 미소 지어주며 지나가고,
어디든 잠시 머물러도 되는 여유가 있다.

혹시 지금 마음이 지쳤다면, 혹은 그냥 조용히 혼자 있고 싶다면,
제주에서 이런 하루를 보내보길 추천한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그 하루는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하루가 지나고 나면,
조금은 단단해진 자신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